Lesson 02 · 입문

타로의 역사 — 이탈리아 궁정 게임에서 점술 카드가 되기까지

타로는 이집트에서 왔을까요? 15세기 밀라노의 비스콘티-스포르차 덱부터 쿠르 드 제블랭, 에틸라, 황금여명회, 라이더-웨이트와 토트 타로까지 기록으로 확인된 역사만 정리했어요.

2026년 9월 30일 · 8분 읽기 · 2 / 33편

타로에는 '고대 이집트의 비밀 경전'이라거나 '집시가 전한 예언서'라는 이야기가 따라다녀요. 하지만 역사 기록이 보여 주는 타로의 출발은 훨씬 소박해요. 15세기 이탈리아 귀족들의 카드 게임이었어요.

이 글은 전설이 아니라 기록으로 확인되는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어요.

1. 카드가 유럽에 들어오다 (14세기 후반)

유럽에서 놀이용 카드가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건 1370년대 후반이에요.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 거의 동시에 '카드 놀이를 금지한다'거나 '새로운 놀이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나타나요.

이 카드는 이슬람 세계, 특히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카드에서 온 것으로 봐요. 맘루크 카드에는 이미 잔, 동전, 검, 폴로 막대의 네 가지 무늬가 있었고, 이것이 유럽에서 컵, 펜타클(동전), 소드, 완즈(막대)가 되었어요. 타로의 마이너 아르카나 네 슈트는 이렇게 타로보다 먼저 존재했어요.

역사

'타로가 이집트에서 왔다'는 전설이 완전히 엉뚱한 말은 아니에요. 네 슈트의 카드 형식은 실제로 맘루크 이집트를 거쳐 들어왔어요. 다만 그건 중세 이슬람 시대의 놀이 카드였고, 피라미드 시대의 비밀 지혜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2. 트리온피, 승리의 카드 (15세기 이탈리아)

1440년대 무렵 이탈리아 북부 궁정에서 새로운 카드가 만들어졌어요. 기존의 네 슈트 카드에 특별한 그림 카드 한 묶음을 더한 것이에요. 이 그림 카드들은 다른 카드를 이기는 '으뜸패' 역할을 했고, 그래서 이 카드를 카르테 다 트리온피(carte da trionfi, 승리의 카드)라고 불렀어요. 이 그림 카드들이 지금의 메이저 아르카나예요.

  • 페라라의 에스테 가문 궁정 기록(1442년)에 트리온피 카드가 등장해요.
  • 가장 유명한 초기 타로는 밀라노의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예요. 밀라노 공작 가문을 위해 손으로 그리고 금박을 입힌 호화 카드로, 여러 벌이 일부만 남아 있어요. 화가 보니파초 벰보의 작품으로 여겨져요.
  • 이 카드들은 인쇄가 아니라 손으로 그린 사치품이어서, 귀족 결혼 선물로 쓰였다는 설명도 있어요.

16세기 초에는 이 게임을 타로키(tarocchi)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말이 프랑스로 건너가 타로(tarot)가 되었어요.

참고

타로 게임은 지금도 살아 있어요. 프랑스의 '죄 드 타로(Jeu de Tarot)', 오스트리아의 '타로크(Tarock)', 이탈리아의 '타로키' 등이 카드 게임으로 즐겨지고 있어요. 이 게임에서 타로는 점과 전혀 관계없는 평범한 놀이 카드예요.

3. 마르세유 타로, 표준이 생기다 (17~18세기)

16~18세기에 타로 게임은 프랑스, 스위스로 퍼졌고, 목판으로 인쇄한 대중용 타로가 만들어졌어요. 이때 자리 잡은 도안을 오늘날 마르세유 타로(Tarot de Marseille)라고 불러요.

  • 장 도달(Jean Dodal)의 타로(1700년대 초)와 니콜라 콩베르(Nicolas Conver)의 타로(1760년)가 대표적이에요.
  • 22장의 그림 카드에 번호와 이름이 붙었고, 이 순서가 이후 타로의 기본 골격이 되었어요.
  • 숫자 카드(핍 카드)는 그림 없이 컵이나 검을 숫자만큼 늘어놓은 모양이었어요.

'마르세유 타로'라는 이름 자체는 20세기에 널리 쓰이게 된 이름이에요. 당시 마르세유가 카드 제작의 중심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에요.

4. 이집트 신화의 탄생 (1781년)

타로가 점술과 신비주의의 도구가 된 결정적인 순간은 1781년 파리예요.

프랑스 학자 앙투안 쿠르 드 제블랭(Antoine Court de Gébelin)이 대작 『원시 세계(Le Monde primitif)』 제8권에서, 친구 집에서 본 타로 게임 카드가 고대 이집트 신 토트(Thoth)의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주장했어요. 같은 권에 실린 멜레 백작의 글은 22장의 그림 카드를 히브리 문자 22자와 연결했어요.

이 주장에는 아무런 역사적 근거가 없었어요. 1799년 로제타석이 발견되고 1820년대 샹폴리옹이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뒤에도 타로와 이집트를 잇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이었고, 이후 200년 넘게 타로를 따라다니게 되었어요.

5. 에틸라, 최초의 직업 타로 점술가 (1780년대)

쿠르 드 제블랭의 영향을 받은 장바티스트 알리에트(Jean-Baptiste Alliette)는 자기 이름을 거꾸로 쓴 에틸라(Etteilla)라는 필명으로 활동했어요.

  • 1783년 무렵부터 타로로 점을 치는 방법을 책으로 펴냈어요.
  • 1789년에는 점술 전용으로 다시 디자인한 타로 덱을 내놓았어요.
  • 카드마다 정방향과 역방향의 뜻을 따로 정리했는데, 이것이 역방향 해석의 초기 형태 중 하나예요.

에틸라는 타로를 '게임 카드'에서 '점술 카드'로 바꾼 첫 번째 인물로 평가받아요.

6. 오컬트 부흥과 카발라 (19세기)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신비주의(오컬티즘) 붐이 일었고, 타로는 그 중심에 섰어요.

  • 엘리파스 레비(Éliphas Lévi)는 『고등 마술의 교리와 의식』(1854~1856)에서 메이저 아르카나 22장을 히브리 문자 22자와 카발라에 체계적으로 연결했어요.
  • 파퓌스(Papus)는 『보헤미안의 타로』(1889)를 썼고, 같은 해 오스발트 비르트(Oswald Wirth)는 오컬트 상징을 넣은 메이저 아르카나를 그렸어요.

이 시기부터 타로는 '점치는 카드'를 넘어 우주와 영혼의 구조를 담은 상징 체계로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7. 황금여명회 (1888년 영국)

1888년 런던에서 황금여명회(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라는 신비주의 단체가 세워졌어요. 이 단체는 타로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남겼어요.

  • 메이저 22장을 히브리 문자, 행성, 별자리, 원소에 대응시켰어요. 이때 광대(0번)를 히브리 문자의 첫 글자 알레프에 놓은 배치가 현대 타로의 표준이 되었어요.
  • 마이너 숫자 카드 36장(2~10)을 황도 12궁의 데칸(10도씩 나눈 구간)에 하나씩 대응시켰어요.
  • 이 체계는 회원들에게 비밀 문서로 전해졌어요. 아르카나의 서재의 점성술 대응 글에서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역사

이 단체의 회원 중에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 파멜라 콜먼 스미스, 알레이스터 크롤리가 있었어요.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타로 두 벌이 모두 이 단체 출신에게서 나왔어요.

8. 라이더-웨이트 타로 (1909년)

1909년 런던의 라이더 앤드 선(Rider & Son) 출판사가 새 타로를 펴냈어요.

  • 기획과 상징 설계는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A. E. Waite), 그림은 파멜라 콜먼 스미스(Pamela Colman Smith)가 맡았어요.
  • 가장 큰 혁신은 숫자 카드 40장에 모두 장면을 그려 넣은 것이에요. 이전 덱은 '컵 다섯 개'만 그려져 있었지만, 이 덱은 컵 5 컵 5에 쏟아진 잔 앞에서 고개 숙인 사람을 그렸어요. 덕분에 초보자도 그림만 보고 뜻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 황금여명회의 점성술 대응에 맞추기 위해 8번과 11번을 바꿨어요. 마르세유에서는 8번이 정의, 11번이 힘이었는데, 라이더-웨이트에서는 8. 힘 힘(사자자리)이 8번, 11. 정의 정의(천칭자리)가 11번이 되었어요.
  • 웨이트는 1910년 해설서 『타로의 그림 열쇠(The Pictorial Key to the Tarot)』를 펴냈어요. 켈틱 크로스 스프레드가 널리 퍼진 것도 이 책 덕분이에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린 스미스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그의 공로를 살려 라이더-웨이트-스미스(RWS) 타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아르카나의 서재가 쓰는 카드 그림이 바로 이 1909년판이에요.

9. 토트 타로 (1938~1943년 제작, 1969년 출판)

황금여명회 출신의 알레이스터 크롤리(Aleister Crowley)는 화가 프리다 해리스(Lady Frieda Harris)와 함께 토트 타로를 만들었어요.

  • 1938년부터 1943년까지 그림을 그렸고, 크롤리의 해설서 『토트의 서』는 1944년에 나왔어요.
  • 덱 자체는 두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인 1969년에야 인쇄되어 나왔어요.
  • 몇몇 카드 이름이 달라요. 정의는 조정(Adjustment), 힘은 욕망(Lust), 절제는 기술(Art), 심판은 아이온(Aeon), 세계는 우주(Universe)가 되었어요.

10. 현대의 타로 (20세기 후반~지금)

  • 1960~70년대에 라이더-웨이트 덱이 미국에서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타로가 대중문화가 되었어요.
  • 에덴 그레이 같은 작가들이 메이저 아르카나를 '광대의 여정'이라는 성장 이야기로 설명하면서 입문이 훨씬 쉬워졌어요.
  • 심리학, 특히 칼 융의 원형(Archetype) 개념을 빌려 타로를 자기 탐색 도구로 읽는 흐름이 생겼어요.
  • 지금은 수천 종의 덱이 있고, 대부분은 라이더-웨이트의 구조와 그림 문법을 따라요.

한눈에 보는 연표

시기 사건
1370년대 유럽에 놀이용 카드 등장 (맘루크 카드의 영향)
1440년대 이탈리아 북부 궁정에서 트리온피 카드 탄생
15세기 중반 밀라노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16세기 초 '타로키'라는 이름 등장
1700년대 마르세유 타로 도안 정착 (도달, 콩베르)
1781 쿠르 드 제블랭, 이집트 기원설 발표
1783~1789 에틸라, 점술용 타로 책과 덱
1854~1856 엘리파스 레비, 타로와 히브리 문자·카발라 연결
1888 황금여명회 설립
1909 라이더-웨이트(-스미스) 타로 출판
1938~1943 크롤리·해리스, 토트 타로 제작 (1969년 출판)

한 줄 요약

타로는 15세기 이탈리아의 카드 게임에서 시작해, 18세기 프랑스에서 점술 도구가 되었고, 19~20세기 영국 신비주의자들이 오늘의 상징 체계를 완성했어요. 고대 이집트 기원설은 1781년에 만들어진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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